2024년 10월29일(화) 오늘의 글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혜원.시인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이 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귀밑머리가 희끗해져도
가을에게 허허로운 마음을 뺏기지 않고,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중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가을단풍처럼 찬란한 빛으로 물든
중년의 가슴에는 가을이 익어가듯
연륜만큼의 열정도 익어갑니다.
한때 독버섯같던
그리움이 승화되어
아련한 추억으로 쌓여가고
뭇가슴에 못자욱처럼
새겨졌던 그리움도 이제는
밤하늘의 별처럼 아롱져 맺혀갑니다.
아직은 우리들의 삶이 미완성된
수채화로 남겨진다 해도 어느
화가의 작품보다도 아름다울 것이요.
탈고 못한 한 줄의 시가
된다 해도 어느 시인의 싯귀
보다도 영롱할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또 오늘까지
살아온 우리이기에 또다시 다가오는 가을은
다정한 님을 대하듯 마중할까 합니다..
< 용 혜원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詩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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