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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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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바라보니-조오현/남한산성 석탑 외 1장 내가 나를 바라보니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조오현(1932~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5.15)이다. 정수자 시조시인의 시평이다. 세상은 그 자체로 큰 스승이다. "내가 만나는..
튤립-김영남/튤립 4장 튤립 아이들이 울고 있다 난 그 아이들을 달랜다 빨갛게 울고 있는 것들을 아니 노랗게 우는 것들을 그러나 내 노력 효험 없어 꽃밭 더 시끄러워지고 자전거 세우고 소녀 한 명이 내린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더니 튤립 한 송이 꺾는다 아이들 울음이 뚝 그친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애증..
아이들에게(次兒輩韻還示·차아배운환시)-홍인모/민속화 용과 거북 2장 아이들에게(次兒輩韻還示·차아배운환시) 한밤에 때때로 조용히 앉아 등불을 마주해도 부끄럽지 말아야지 몸이 즐거우면 지금이 옛 태평성대고 마음을 비우면 불길도 얼음처럼 식는다 첫 관문을 열고 간 이 누구일까 저 높은 언덕에 오르려는 자 없구나 배움이란 탑을 오르기와 같나니 ..
봄날- 김용택 /매화 4장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간 줄 알그라 김용택시인, 전 초등학교 교사 출생 1948년 9월 28일 (만 63세), 전북 임실군 | 쥐띠, 천칭자리 데뷔 1982년 시 '섬진강' 학력 순창농림고등학교 시 〈섬진강〉연작으로 유..
국경- 이용악/제비꽃과 해당화 사진 국경 새하얀 눈송이를 낳은 뒤 하늘은 은어의 향수처럼 푸르다 얼어죽은 산토끼처럼 지붕은 말이 없고 모진 바람이 굴뚝을 싸고돈다 강 건너 소문이 그 사람보다도 기대려지는 오늘 폭탄을 품은 젊은 사상이 피에로의 비가에 숨어 와서 유령처럼 나타날 것 같고 눈 우에 크다아란 발자옥..
어머니- 김종상/보리 2장 어머니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 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싱싱한 보리 숲 글줄 사이로 땀 젖은 흙냄새 엄마 목소리 ―김종상(1935~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
기억해내기- 조정권/석촌호수 벚꽃 3장 기억해내기 혼자 진 꽃. 진 채 내게 배송된 꽃. 발송인을 알 수 없던 꽃. 그 꽃을 기억해 냈다. 슈베르트 음악제가 한 달간 열린 알프스 산간 마을 한가로이 풀꽃에 코 대고 있는 소 떼들이 목에 달고 다니는 방울 그 아름다운 화음에서 ―조정권(1949~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시] 2012년 5..
단란- 이영도/삼청각 내부 닥종이 인형 1장 단란 아이는 책을 읽고 나는 수를 놓고 심지 돋우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정에 삼가한 듯 둘렸다. ―이영도(1916~1976)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5.8) 이다. 정수자 시조시인의 시평이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말이다. 단란, 그 말에서는 정갈한 속옷이나 따뜻한 밥상 혹은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