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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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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북촌성곽의 봄의전경 3장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자연의 연초록은 찬란하지만, 지탱하기 제일 힘든 색. 그 떡잎은 꽃이지만, 한 시간이나 갈까. 조만간 잎이 잎 위에 내려앉는다. 그렇게 에덴은 슬픔에 빠지고, 새벽은 한낮이 된다.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조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나무와 열매> -민현숙/오대산 월정사 계곡외 3장 &lt;그랬으면 좋겠습니다&gt; -도종환-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 물..
빗 속의 고래 싸움―정홍명(鄭弘溟·1582~1650)/안목해변 파도외 2장 빗 속의 고래 싸움 고래가 비를 맞으며 바다에서 노는데 솟구친 이마와 코, 기세가 흉포하다 높은 파도 말아 올려 우주를 막아선 듯 외로운 섬 뒤흔들어 폭풍우가 싸우는 듯 대양의 남만(南蠻) 배는 뒤집힐까 걱정하고 바닷가 어촌에는 비린내가 뒤덮였다 회를 치면 배부르게 포식 한번 ..
초록 풀물-공재동(1949~ )/왕따나무 3장 초록 풀물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공재동(1949~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6.8) 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의 평이다. 바지에 밴 풀물이 풀들의 피라는 생..
어머니- 장영희/양근성지 성모마리아상 1장 어머니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 당신의 사랑이 쓰러지는 나를 일으킵니다. 내게 용기, 위로, 소망을 주는 당신. 내가 나를 버려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당신. 내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는지, 나는 정말 당신과 함께 할 자격이 없는데, 내 옆에 당신을 두신 神에게 ..
풍경(風磬)―김제현(1939~ )/봉은사 북극보전 풍경 2장 풍경(風磬) 뎅그렁 바람 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김제현(1939~ ) 조선일보/ 가슴으..
담장―박용래(1925~1980)/오동나무 3장 담장 梧桐꽃 우러르면 함부로 怒한 일 뉘우쳐진다. 잊었던 무덤 생각난다.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옆가르마, 젊어 죽은 鴻來 누이 생각도 난다. 梧桐꽃 우러르면 담장에 떠는 아슴한 대낮. 발등에 지는 더디고 느린 遠雷. ―박용래(1925~1980)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2012.6.3)이다. 장석남..
담쟁이- 도종환/작가소개/성벽 위 담쟁이 3장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