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조·성가·기도문 (457) 썸네일형 리스트형 개망초- 김재룡/개망초와 곤충사진 5장 개망초에게 고맙다 정말 다행이다 보아주고 불러주지 않아도 덜 서러울 것 같은 이름이어서 단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기다리다 질 수 있는 꽃잎일 것 같아서 아무데 아무데서나 찔끔거려도 괜찮을 것 같아서 - 김재룡 -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 입니다. ● 넓은잎잔꽃풀, 돌잔꽃, 왜풀, 왜.. 동안―이시영(1949~ )/시계초 사진 3장 동안 면도기가 충전이 다 되었다고 녹색등을 깜빡이는 동안, 반딧불이가 난생처음 하늘을 차고 올라 수줍은 후미등을 켜고 구애하는 동안, 대학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가 원망인지 사랑인지 모를 눈빛을가족에게 지어 보이고 있는 동안, 오늘도 세계의 어딘가에선 장착된 토마호크 미사.. 싸우는 개―조지겸(趙持謙·1639~1685)/파리매의 사냥 4장 싸우는 개 뭇 개들 사이좋게 지낼 때는 꼬리 흔들며 잘도 어울려 다니지 누가 썩은 뼈다귀를 던져주었나 한 마리 일어나자 우르르 달려들어 으르렁 거리며 서로 싸우네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죽어 소란스럽네 추우(騶虞)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하늘 위 구름에 높이 누워 있어서지 鬪.. 소나기― 나희덕(1966~ )/삼천사 마래여래입상 4장 소나기 노인도 아기도 벌거벗었다 빗줄기만 걸쳐 입은 노인의 다리가 마른 수숫대처럼 여위었다 늘어진 성기, 주름진 사타구니 아래로 비는 힘없이 흘러내리고 오래 젖을 빨지 못한 아기의 눈이 흙비에 젖어 있다 옥수수가 익으려면 아직 멀었다 연길 들판, 소나기 속으로 늙은 자연이 .. 행복한 일―노원호(1946~ )/몽촌토성 내성농장산책로 4장 행복한 일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렇고 작은 풀잎을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나무가 그렇고 텃밭의 상추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그렇다 남을 위해 내 마음을 조금 내어 준 나도 참으로 행복하다 어머니는 늘 이런 행복이 제일.. 저수지는 웃는다― 유홍준(1963~ )/석촌호수 잉어 2장 저수지는 웃는다 저수지에 간다 밤이 되면 붕어가 주둥이로 보름달을 툭 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 요즈음의 내 낙은 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아무 돌멩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보는 것 돌을 던져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는 저수지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긴긴 한숨을.. 지하철역의 시/아카시 사진 3장 어머니 - 김윤완- 어머니는 바위 보따리마다 걱정만 가득 이고 섰어도 언제나 자식 앞에선 바위 끄떡없는 바윕니다 끄떡도 않는 바윕니다 물을 끓이며 - 심수향 - 물 한 주전자 끓인다 치치치 엄엄엄 음음음 제 혀를 깨물며 물이 익어가는 소리 들린다 비등점을 향해 내지른 비명이 주전자.. 장국밥 ―민병도(1953~ )/콩나물국밥 외 1장 장국밥 울 오매 뼈가 다 녹은 청도 장날 난전에서 목이 타는 나무처럼 흙비 흠뻑 맞다가 설움을 붉게 우려낸 장국밥을 먹는다. 5원짜리 부추 몇 단 3원에도 팔지 못하고 윤사월 뙤약볕에 부추보다 늘처져도 하굣길 기다렸다가 둘이서 함께 먹던…… 내 미처 그때는 셈하지 못하였지만 한 ..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