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조·성가·기도문 (457) 썸네일형 리스트형 바람벌―이호우(1912~1970)/무당거미외 4장 바람벌 그 눈물 고인 눈으로 순아 보질 말라 미움이 사랑을 앞선 이 각박한 거리에서 꽃같이 살아 보자고 아아 살아 보자고. 욕(辱)이 조상(祖上)에 이르러도 깨달을 줄 모르는 무리 차라리 남이었다면, 피를 이은 겨레여 오히려 돌아앉지 않은 강산(江山)이 눈물겹다. 벗아 너 마자 미치고.. 열한살―이영광(1965~ )/대학로 조각작품 2장 열한살 열한살 아이가 서먹서먹 엄마 곁에 앉으며 엄마, 난 어디서 왔어? 난 누구야? 묻다가는 시무룩해져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자기'라는 방문객 고락의 처음. 피 흐르는 몸을 지나 여기 왔으나 실은 아득히 먼 곳의 자식. 허공과의 평생 내전이 허공에의 눈먼 사랑이 점화하는 순간. .. 우연히 읊다―윤선도(尹善道·1587~1671)/오우가와 유적지 우연히 읊다 누군들 처음부터 선골(仙骨)이었나 나도 본래 번화한 삶 좋아했었지 몸이 병들자 마음 따라 고요해지고 길이 막히자 세상 절로 멀어지더군 구름과 산은 나를 끌어 부축해주고 호수랑 바다는 갈수록 어루만지네 선계(仙界)로 가는 열쇠를 부러워 말자 봉래산은 어김없이 갈 ..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김수영(1921~1968)/역사박물관 전차 4장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 눈을 깜짝거린다 세계는 그러한 무수한 간단(間斷) 오오 사랑이 추방을 당하는 시간이 바로 이때이다 내가 나의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산이 있거든 불러보라 나의 머리는 관악기처럼 우주의 안개를 빨아올리다 .. 보고 싶다는 말―김완기(1938~ )/노랑할미새 3장 보고 싶다는 말 시골 할머니께 가끔 전화하면 "먼 길에 오긴 뭘." 전화 끊고 가만히 눈감아 보니 보고 싶다는 할머니 맘이 그 말에 들려오지요 시골 할아버지께 가끔 전화하면 "전화면 됐지 오긴 뭘." 전화 끊고 머얼리 바라보니 보고 싶다는 할아버지 맘이 그 말에 담겨 있지요 ―김완기(19.. 침묵하는 연습- 유안진/민속촌 풍경 4장 침묵하는 연습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 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대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 미움 가득히―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1885~1942)/호랑나비 2장 미움 가득히 놀 푸른 얼룩무늬 그 아름다움 보드란 날개 가진 나비를 빼어난, 또 루비 같은, 오로지 하나의, 어깨에 별 그려진 나비를 억세게 그녀 손에 건네었건만 받지 않는 그녀기에 매차게 봤네 뜨거운 여름 볕의 가득 찬 미움 울지 않는 그녀기에 그 입술가에 파랗고 누런 지독스러운.. 길-강현덕(1960~ )/북촌한옥마을 골목 3장 길 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 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이 기대 섰다 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아 길이 되었다 내 위로 아이들이 자전거를 끌며 가고 시간도 그 뒤를 따라 힘찬 페달을 돌린다 -강현덕(1960~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