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시조·성가·기도문

(457)
夏夜(하야) ―유득공(柳得恭·1748~1807)/초가집풍경 3장 여름밤 개구리도 맹꽁이도 풀섶에서 잠잠하고 달 밝은 뜨락에는 홑옷을 다리는데 하늘에서 이슬 내려 이렇듯이 시원할 때 희디흰 봉숭아꽃 함초롬히 젖어 있네 날 저물자 박쥐란 놈 헛간을 돌아 날고 비 그쳐 젖은 뜰을 두꺼비 이사 가네 담 모퉁이 무너져서 달빛은 쏟아지고 박꽃은 새..
맴―김구연(1942~ )/고추좀잠자리 5장 맴 잠자리 고추잠자리 마당을 빙빙 잘 도네 댑싸리 비를 들고서 새빨간 뒤를 쫓으면 용닥꿍 약을 올리며 봉남이 맴을 돌리네 ―김구연(1942~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8.20)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의 평이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벌써 가을의 냄새를 맡았는지 벌레 소리 또랑..
장백폭포-김영재(1948~)/목어사진 4장 입력 : 2012.08.17 23:14 장백폭포 목어는 속 비워야 소리가 맑아지고 밴댕이 속 좁아서 망망대해 제 것이다 장백산 一字 폭포는 떨어, 떨어져야 ―김영재(1948~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8.18)이다. 정수자 시조시인의 평이다.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은 그렇게 박혀 있다. 그래서 ..
뜻밖의 만남―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폴란드)/큰오색딱따구리 6장 뜻밖의 만남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의 호랑이들은 우유를 마신다. 우리의 매들은 걸어 다닌다. 우리의 상어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우리의 늑대들은 훤히 열려진 철책 앞에서 하품을 한다. 우리의 독뱀은 번개를 맞아 전..
송붕(松棚)―권필(權韠·1569~1612) /소나무 분재 6장 송붕(松棚) 작은 초가라서 처마가 짧아 무더위에 푹푹 찔까 몹시 걱정돼 서늘한 솔잎으로 햇살을 가려 한낮에도 욕심껏 그늘 얻었네 새벽에는 이슬 맺혀 목걸이로 뵈고 밤에는 바람 불어 음악으로 들리네 도리어 불쌍해라, 정승 판서 집에는 옮겨 앉는 곳마다 실내가 깊네 小屋茅簷短..
구석―이창건(1951~ )/꽝꽝나무사진 외 5장 구석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
고향 생각―이은상(1903~1982)/쇠물닭 5장 고향 생각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 하기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으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오. 배 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기뭉기 때 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이은상(1903~1982)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
明器―이문재(1959~ )/문경 옛길박물관 사진 7장 明器 나는 苦生해서 늦게 아주 늦게 가고 싶다 가장 오래된 길에 들어 저승 가서 사용할 이쁜 그릇들, 明器 이승 밖에서 무덤 안쪽에서 오래 써야 할 집기들 사람은 돌아가고 미래는 돌아온다 사람은 미래의 작은 부장품 나의 부장품일 이 느슨한 고생 이 오래된 미래 ―이문재(1959~ )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