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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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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백석 모닥불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헌겊조각도 막대고치도 기와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시도 땜쟁이도 큰..
내 사랑은- 박재삼 내 사랑은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萬)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
꽃다발- 자크 프레베르 꽃다발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작은 아씨여 갓 꺾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처녀여 시든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늙은 여인이여 죽어가는 꽃을 들고. 승리자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 자크 프레베르(1900~1977)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2012.4.16)이다. 장석남 시인이 시..
박 농사 호박 농사- 권태응 박 농사 호박 농사 지붕엔 성기성기 박덩굴 퍼지고 하양 꽃이 만발 아기 박이 동글 울타리엔 엉기엉기 호박덩굴 퍼지고 노랑 꽃이 만발 아기호박 동글 우리 집도 옆집도 오곤자근* 똑같이 지붕엔 박 농사 울타리엔 호박 농사 - 권태응(1918~1951)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4.14)이다. ..
아버지의 밭 1- 박권숙 아버지의 밭 1 그곳은 언제나 초록빛 숲에 닿아 있다 달팽이의 노란 등짐 혹은 작은 자벌레의 투명한 행로만으로 무성한 눈물자국 소리와 빛의 고랑을 고루 헤쳐 보면 안다 흰 두건 쓴 앞산이 쇠호미를 잡으면 텃밭의 깊은 뿌리가 숲쪽으로 기운다 비 그친 뒤 얘야 보아라 흙은 자꾸 부풀..
벗어놓은 스타킹- 나희덕 벗어놓은 스타킹 지치도록 달려온 갈색 암말이 여기 쓰러져 있다. 더 이상 흘러가지 않을 것 처럼 생의 얼굴은 촘촘한 그물 같아서 조그만 까그러기에도 올이 주르르 풀려나가고 무릎과 엉덩이 부분은 이미 늘어져 있다 몸이 끌고 다니다가 벗어놓은 욕망의 껍데기는 아직 몸의 굴곡을 ..
꽃- 김춘수/작가소개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
참 고맙습니다- 용혜원/작가소개 참 고맙습니다 내 속 마음을 알아주니 그 넓은 이해해 주는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내 사랑을 다 받아주니 그 푸근하고 따뜻한 배려가 참 고맙습니다 내 말을 잘 들어주니 그 열어젖힌 마음의 겸손함이 참 고맙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인정해 주니 그 한없이 여유로운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